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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좋은날 분석

by 가을안부 201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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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의 영화

1980년은 영화계에 있어 커다란 전환기이자 과도기적 시점이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제작경향이라는 면에서 더욱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보아왔던 이른바 국책적경향의 작품들이 80년대 영화제작에서부터 후퇴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국책적 영화라는 것은 그동안 과거의 유신정부시대에 정책적으로 장려되어 특혜적 고려를 받아왔던 -「유신이념을 구현하는 작품」으로 지칭되어온 반공영화, 계몽영화, 새마을영화- 등의 영화를 말한다. 이는 80년도의 영화제작경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80년부터의 한국영화가 정책적인 유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그 제작의 근본적 방향을 영화계 스스로가 적립할 수 있는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써, 가장 주목할 변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의 사회상

시골에서 성공하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허드렛일로 새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들, 그들의 연애, 그 반대편의 오렌지족들, 돈과 사랑사이의 갈등과 배반, 거만한 사업가, 땅을 뺏긴 사람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 착취와 부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던 당대의 한국 사회를 전형적으로 반영한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 사회는 파행적인 산업화와 경제발전 그리고 기형적인 도시화, 자본주의 등으로 갖가지 사회적 부조리와 불균형, 비리와 타락, 땅 투기와 사채업으로 부 축적이 계속 심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에서 자신의 땅을 김 회장에게 억울하게 잃고 자살한 영감도 불법적인 땅 투기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또한 70~80년대 당시에는 서울로 꿈을 안고 시골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농촌에 젊은이들이 완전히 말라버려서 심각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이미 시골 처녀로 나온 임예진(춘순)이 “지금 시골에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났다.”라는 대사를 통해서 그 시대에도 이미 농촌인구의 노령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서울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도시 서울은 규범, 미학, 가치를 상실한 채 양적인 성장의 논리에 집착했던 한국 근대화가 낳은 생활 경관이다.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최상단의 지점이었고 권력과 위세를 부여받은 공간이었다. 서울에 간다는 것, 서울에 산다는 것, 서울 말씨를 쓴다는 것 자체가 지방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서울은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이들에게는 환영적인 곳이다. 서울이란 도시의 환영적인 이미지는 미스 유가 춘식과 만나 공터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매우 분명하게 보여 진다. 그녀가 온갖 ‘쟁이’들로 이뤄진 서민층의 뿌리와 자본과 권력을 지닌 상류층의 뿌리에 대해 자문할 때 그녀의 등 뒤로 보이는 한강과 복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 우아하게 뻗은 나선형의 도로들이 펼쳐져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새로운 서울 공간은 주인공들의 갊에서 동떨어져 도시 특유의 무관심성과 익명성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기 위한 뿌리와 기원의 문제를 화려한 경관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또 서울의 환영적인 도시경관의 이면에는 대립되는 계급들 간의 싸움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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